도전과 무모는 분명히 다르다.

정치 이야기 2009. 2. 11. 02:23
 
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을 수식하는 말로 언제나 따라붙는 말, 그것은 도전정신입니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사람,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
경제위기가 글로벌화로 진행되고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게되자 시민들은 또다시 성공한 망령을 찾아나서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위기는 기회다!

물론 좋은 말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 말은 위기일수록 더 투자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 위기에서 어떻게든 버텨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지상과제를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요?  불황에서 경쟁기업이 쓰러진다면 호황시 시장지배력이 증가하여 수익을 얻기 쉽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으로 업계 5위의 독일의 키몬다사가 얼마전 파산을 선언했고, 업계 3위의 일본의 엘피다사는 공적자금을 요청하는 사건이 있었고, 이 일로 업계에선 현재의 비정상적인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안정을 찾아 살아남은 기업들의 수익성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즉 살아남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에는 희소식인 것 입니다.

결국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위기시에는 자기 영역을 확고히 하고, 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춰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예제를 계속 사용하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얼마전 40nm급 제조공정을 개발해 적용해 나갈 것이라는 발표를 한 것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다른 업체가 메모리 반도체의 낮은 시장가격 속에서 60nm급의 고비용 제조기술을 계속 유지하여 지속적으로 적자의 압박을 받은 것에 비하여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는 제조원가를 줄이기 위하여 더 나은 제조공정의 개발을 해왔던 것입니다. 그것이 경쟁력이 되어 낮은 시장가격 속에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갓추게 된 것입니다. 이런 점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불황 속에서도 탈락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겠지요.
 
그런데 우리 MB각하께서는 자기 떡을 지키기보다는 남의 떡이 커보이셨나 봅니다. 수출전략을 다시 짜야된다고 하시면서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만들라고 지시하셨더군요. 수출전략을 다시 짜야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합니다. 왜냐구요? 취임하자마자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한다면서 고환율정책을 폈기 때문입니다. 고환율정책으로 저희같은 서민들은 엄청난 물가상승을 체험했고, 정부는 환투기 세력을 방어하느라 몇 백조를 외국인에게 퍼부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대한민국은 수출에 올인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이 고환율정책으로도 수출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위기감이 생길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옆나라의 닌텐도는 중국에서도 만들수 있는 전자기기(게임기)를 만들어서 이 불황에서도 날개돋인 듯이 팔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MB각하께서는 저런 기기는 우리도 만들 수 있으니 고환율정책에 힘입어 닌텐도보다 싸게 만들어 팔면 수출이 늘지 않을까 생각하신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과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업계의 현실을 모르고 하는 무책임 발언이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실을 모르기만 하면 그나마 양반입니다. 이젠 아예 현실을 보다 악화시키려고 합니다. 얼마전 정부에서는 "IT 기술자 경력 신고제"을 도입한다고 밝혔습니다. IT기술자들의 경력관리를 국가가 하겠다는 것이 골자인데, MB각하의 몰지식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 같습니다. 물론 IT산업노조는 발끈하고 나섰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더보기를 클릭하세요.)

 
결론 내리겠습니다. 위기의식을 갖고 불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씀에 원론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약점을 보지 못한 채, 타인의 텃밭에 난 과일을 훔쳐먹으려 하면 안 될 것입니다. 대통령은 각 기업에게 자신만의 영역을 굳게 지키고, 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오히려 있는 무기도 부러뜨려 놓고서 해외의 강적들과 싸우라고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도전과 무모는 분명히 다른 것입니다.

MB각하의 "닌텐도같은 게임기를 만들라"는 한마디로 인해 출시가 임박한 닌테도DS의 맞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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